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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9,860원으로 만든 나만의 주식 포트폴리오

by hanryang7894 2025. 6. 12.

투자는 여유 자금으로 하는 것 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여유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시급 노동자였다.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며 손에 쥔 건 세전 9,860원의 시급. 하루하루 쪼개 쓰는 돈이었지만, 나는 그 돈을 쪼개서 주식 계좌에 넣었다. 작은 돈으로 투자하면 의미 없다는 말에 맞서, 내 방식대로 돈을 배우고, 모으고, 불리는 과정을 겪었다. 이 글은 그런 나의 아주 현실적인 투자기록이다. 고수의 전략도, 수백만 원짜리 수익도 아니지만, 진짜 현장에서 돈을 만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시급 9,860원으로 만든 나만의 주식 포트폴리오
시급 9,860원으로 만든 나만의 주식 포트폴리오

 

 

편의점 시급으로 주식 시작한 이유


시작은 단순했다. 그날도 편의점 야간 알바 중이었다. 손님도 없고, 바닥은 이미 닦아놓고, 시계만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때우던 새벽 3시쯤. 유튜브 알고리즘이 ‘20대 투자로 자산 5배 만든 썰’이라는 영상을 추천했다. 그 영상을 클릭한 것이 내 인생 첫 투자와의 접점이었다.

돈이 많아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없어서 시작했다. 시급 9,860원, 하루 8시간 일하면 약 78,880원, 주 4일 일하면 한 달 120만 원 남짓. 그 중 월세, 교통비, 식비 빼면 남는 건 20~30만 원. 처음엔 적금을 들까도 고민했지만, 이자가 고작 몇 천 원이라는 걸 알고는 흥미가 뚝 떨어졌다. 대신 내가 직접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 결과로 돌아오는 주식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급으로 생활하다 보면, 그 시급 자체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내가 일한 만큼 정확히 돈이 들어오지만, 동시에 멈추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돈이 나 대신 일하게 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시급 인생의 불안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내가 주식을 시작한 진짜 이유였다.

 

 

내 포트폴리오 공개


나는 투자금이 적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종목의 폭이 좁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조건 1주 단위로 살 수 있고, 기업의 기본 정보가 명확하며, 주가가 너무 높은 종목은 피했다. 10만 원 이상인 종목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들기 때문에 되도록 1만~5만 원 사이의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내가 처음으로 산 주식은 대한항공이었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에 있던 항공 산업에 주목했고, 항공업 특성상 장기적으로 수요가 회복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1주당 약 2만 5천 원대였던 시기에 매수했고, 소액이지만 5주를 나눠서 2주 간격으로 샀다. 이렇게 해서 첫 투자금은 12만 원 정도였다.

그 다음 선택한 건 타이거 미국S&P500 ETF였다. 개별 종목보다 안정성이 높고, 미국 시장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상품이라 공부가 부족한 나에게는 입문용으로 딱 맞았다. 이건 한 주당 1만 5천 원대에 진입했고, 매달 알바비를 받은 뒤 꼭 1~2주씩 정기 매수했다. 적립식 투자라는 개념을 체화하기 위해 습관처럼 접근했다.

마지막으로 넣은 건 네이버였다. 국내 빅테크에 대한 기대감과 실적 안정성이 있어서였다. 고가였지만, 소액으로 단주 매수하며 시세 흐름을 익히는 공부용으로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나의 포트폴리오는 이렇게 구성되었다:

대한항공 30%, 타이거 미국S&P500 ETF 50%, 네이버 20%

비중은 수익률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최대한 위험도 중간, 성장성 있는 산업, 분산 투자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내 투자 전략은 큰돈은 못 벌더라도, 절대 다 잃지 말자였다. 실전 경험을 하면서 투자 감각을 익히는 게 목표였다.

 

 

돈보다 더 크게 얻은 것들


사실 한 달에 10~20만 원 투자한다고, 단기적으로 통장이 급격히 불어나진 않는다. 내 투자금은 여전히 작고, 수익률도 고작 몇 퍼센트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과정을 통해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가장 먼저 소비 습관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알바비를 받자마자 택배를 시키고,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그럼 남는 게 없었다. 그런데 주식에 돈을 넣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 돈으로 주식 한 주를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번 돈을 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 뉴스에 대한 관심이었다. 예전엔 금리 인상, 환율, 코스피 이런 단어들이 뉴스에 나와도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투자자가 되니까, 이 숫자들이 내 통장과 직접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다. 미국 CPI 발표일을 체크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발표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된 것이다. 돈이 곧 정보라는 말이 이제는 실감난다.

마지막으로는 자존감이다. 나는 하루하루 버티는 알바생이 아니라, 작은 돈이지만 그걸 굴려서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란 자부심이 생겼다. 물론 여전히 월세 내는 것도 빠듯하고, 식비 아끼려 도시락을 싸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전진시키고 있다. 그게 꽤 뿌듯하다.

 

 

마무리
작은 돈은 결코 하찮지 않다. 오히려 작은 돈이기에 더 정성스럽게 다루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운다. 나는 오늘도 알바를 하고, 조금은 졸린 눈으로 경제 뉴스를 읽고, 월급이 들어오면 주식 한 주를 산다. 시급 9,860원이 만든 내 포트폴리오, 그건 단순한 수익률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고 투자한 시간의 결과다.